
1. 폐허의 냄새와 감각의 작동: 공간을 기억하는 첫 번째 신호폐허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시각이 아니다. 냄새, 그것이야말로 시간의 층위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단서다. 오래된 먼지, 곰팡이, 낡은 목재에서 나는 삭은 향기, 뭔가 썩어가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무해한 공기. 후각은 기억의 보관소를 여는 열쇠처럼 작용한다. 누군가는 그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의 할머니 집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전쟁 영화의 폐허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폐허의 냄새는 단순한 공기 중의 입자가 아니라, 무수한 기억과 감정의 실마리를 품고 있다. 감각은 진입이고, 냄새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가장 깊은 문이다. 2. 기억을 불러오는 후각의 역할: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실타래냄새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