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가 골목에서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나는 어느 늦은 오후, 오래된 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벽돌이 무너진 작은 폐가를 마주했다. 그곳은 어릴 적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곳과 닮아 있었다. 낡은 대문 틈으로 비치는 빛, 부서진 창문 아래 놓인 녹슨 자전거 프레임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었지만, 동시에 내 안에 무언가를 건드렸다. 문득 나는, ‘어린 시절’이라는 감정의 서랍을 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폐가라는 물리적 공간은, 기억이라는 비물질적 시간대를 호출해냈고, 나는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순간들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날의 폐가 앞, 나는 단순한 탐험자가 아닌 과거와 조우한 감정의 행인이었다. 2. 버려진 집에서 되살아난 가족의 풍경폐가 내부를 바라보자 벽에 어렴풋이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