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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의 폐교 체험기

kimsin12025 2025. 5. 18. 10:47

 

1.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잊혀진 학교를 찾아서

키워드: 경기도 폐교, 외곽 폐허 탐험, 버려진 학교 위치

도시의 경계를 벗어난 곳에는 시간이 멈춘 장소들이 있다. 이번 탐험의 목적지는 경기도 외곽, 산자락 깊숙한 마을 근처에 버려진 폐교였다.
해당 학교는 초등학교로, 1980년대에 개교해 한때는 지역 아이들의 웃음과 배움이 가득했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출산과 농촌 인구 감소, 교육 정책의 변화로 인해 2000년대 초 폐교되었고, 이후 20년 넘게 방치된 상태였다.

우리는 폐교가 있다는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와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하고,
도로 지도, 거리뷰,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해 탐험 루트를 계획했다.
폐교는 도로 끝자락 작은 개울을 건너야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그 외진 위치는 공간의 정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었다.

 

경기도 외곽의 폐교 체험기

 

 

2. 부서진 교문과 침묵의 운동장

키워드: 폐교 교문, 운동장 폐허, 학교 외부 구조

학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반쯤 열린 녹슨 교문이었다.
‘○○초등학교’라는 간판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글씨는 희미해졌으며,
오른쪽에는 ‘무단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아직도 덜렁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교문을 지나자 넓은 운동장이 펼쳐졌지만, 그곳은 이미 자연에게 돌려준 공간이었다.
잡초가 무성했고, 오래된 축구 골대는 기울어 있었으며, 트랙이 있던 자리는
흙과 나무뿌리, 잡초가 뒤엉켜 어디가 운동장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운동장 한편에는 낡은 정자와 벤치가 있었고, 그 위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 폐허였지만, 동시에 자연과 시간이 공존하는 독특한 감성을 자아냈다.


3. 칠판에 남은 분필 자국, 교실 속 기억의 잔상

키워드: 폐교 교실, 칠판 흔적, 책걸상 잔재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교실의 구조가 고스란히 보존된 풍경이 펼쳐졌다.
교실에는 낡은 책걸상이 일부 남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오래된 이름표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칠판에 여전히 남아 있는 분필 자국이었다.
“2학년 3반 가을운동회 준비물”이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적혀 있었고,
옆에는 아이가 낙서한 듯한 동물 그림도 함께 있었다.

교실 뒤편에는 도서 대출 목록표와 학급 임원 소개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창틀에는 먼지가 쌓인 연필꽂이와 지우개가 방치돼 있었다.
햇빛이 교실 창을 통해 사선으로 비추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아이들의 소음과 웃음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공간은 물리적으로는 비어 있었지만, 기억과 감정이 충만하게 채워진 장소였다.


4. 교무실과 보건실, 어른들의 흔적도 남아 있다

키워드: 폐교 교무실, 보건실 흔적, 학교 기록 보존

교무실은 어수선한 상태였지만, 책상 위에 남아 있는 출석부, 교사 기록지, 공지사항 파일 등을 통해
학교 운영의 마지막 순간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책상에는 ‘교직원 회의록’이라는 파일이 있었고, 그 마지막 페이지에는
‘폐교 추진 간담회 보고’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이 문서는 학교가 문을 닫게 된 이유와 절차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처럼 느껴졌다.

보건실에는 오래된 체온계와 가벼운 의약품 포장,
그리고 아이들이 사용했을 법한 안대와 붕대가 먼지 위에 남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마음의 병도 치료해요’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그 옆에는 누군가 남긴 손편지 한 장이 간신히 펼쳐져 있었다.

이 공간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행정직원,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 학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5. 폐교를 마주하는 도시 탐험가의 자세

키워드: 폐교 탐험 윤리, 기록 문화, 기억 보존

이 폐교는 언젠가 철거되거나 리모델링될 운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곳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탐험가의 중요한 책임이다.
우리는 모든 사진과 메모를 정리하면서,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출입구 파손 없이 이동하며, 그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관찰만 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도시 탐험은 이제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역사와 기억을 보존하는 문화적 활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폐교는 단지 교육의 끝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추억과 감정, 삶의 조각이 쌓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 기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경기도 외곽의 이 폐교를 걷고 나서 우리는 느꼈다.
시간이 멈춘 공간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건 발걸음이 아니라 기억이고, 그것을 남기는 기록자의 손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