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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속에만 남아 있는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의 실체

kimsin22025 2026. 1. 16. 10:30

 

기록 속에만 남아 있는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의 실체

 

 

1.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의 등장 배경과 제도적 이상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예산 편성과 집행이라는 고도의 행정 영역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과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등장했다. 기존의 예산 결정 구조가 전문가와 행정 조직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생활과 밀접한 정책이 시민의 체감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시민 참여 예산 제도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시민이 직접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제안하고 선택하는 구조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행정 문서에서는 시민 참여 예산이 민주주의의 확장, 행정 투명성 강화, 지역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이라는 이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대부분 시범사업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만 구현되었다.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전국적 제도로 정착되기보다는, 특정 지자체나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되었고, 그 결과는 주로 행정 보고서와 내부 평가 문서에만 기록되었다. 출발 단계부터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제도적 이상과 현실적 제약 사이의 긴장을 안고 시작된 정책 실험이었다.

 



2. 시민 참여 예산 시범사업의 실제 운영 방식과 참여 구조



기록 속에 남아 있는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의 실제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시민 참여가 형식적으로 설계된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시민을 공모하거나 추천 방식으로 선정했지만, 참여 과정에서 요구되는 행정 이해도와 시간 부담은 상당했다. 이로 인해 실제 참여자는 특정 연령대나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집단으로 제한되는 경향을 보였다. 예산 제안 과정 역시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보다는, 이미 행정적으로 검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선택하도록 유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 문서상으로는 시민 제안 건수와 회의 횟수, 참여 인원 수가 주요 성과 지표로 기록되었지만, 시민의 의견이 실제 예산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 제안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기도 했지만, 이는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비중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참여의 형식을 갖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예산 결정 구조 자체를 변화시켰다고 평가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3.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이 제도화되지 못한 구조적 원인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이 기록 속에만 남게 된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 첫째, 예산이라는 영역의 복잡성이다. 예산 편성은 법적·재정적 제약이 많아 시민의 제안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고, 이는 참여 과정에서 반복적인 좌절감을 낳았다. 둘째, 행정 책임 구조의 문제다. 시민 참여를 확대할수록 결정 과정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행정 조직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셋째, 성과 평가의 어려움이다.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의 성과는 민주적 경험과 신뢰 형성 같은 질적 요소에 있었지만, 이는 행정 평가 체계에서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웠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책 결정자들로 하여금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을 확대하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시범사업으로 유지하거나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제도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부담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제도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4. 기록 속에 남은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이 남긴 의미



기록 속에만 남아 있는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단순히 실패한 정책 사례로 평가되기보다는, 민주적 행정이 현실에서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실험은 시민 참여가 선언만으로 구현될 수 없으며, 행정 구조와 권한 배분, 책임 체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또한 참여의 양적 확대보다, 참여가 실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행정 기록 속에 머물렀다. 이 사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시민 참여를 보여주기 위한 절차로 활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행정 결정 구조를 실제로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시민 참여 예산 실험은 앞으로도 기록 속에만 남는 정책 실험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