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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도시 탐험 경험담: 폐병원에서 있었던 일

kimsin12025 2025. 5. 16. 06:20

 

 

실제 도시 탐험 경험담: 폐병원에서 있었던 일

 

 

1. 폐병원, 그 이름만으로 긴장감을 주는 공간

키워드: 폐병원 탐험, 도시 탐험 장소, 폐허 긴장감

도시 탐험(Urbex)이라는 말 자체도 익숙하지 않던 시절, 나는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폐병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이 병원은 199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다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이후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건물이 되었다. 오래된 사진 몇 장과 “들어가 봤다”는 짧은 후기 몇 줄이 전부였지만, 낡은 수술대와 피로 물든 커튼 사진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병원은 이미 도시 탐험가들 사이에서 '성지'처럼 불리는 장소였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구조도 복잡했다. 특히 수술실과 분만실, 응급실이 모두 남아 있어 의료기기, 약품 박스, 진료기록부 등이 그 상태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정보는 나의 탐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기묘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도 많았기에, 정식 탐험을 계획하면서 안전과 법적 책임을 철저히 점검했다. 결국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팀을 꾸려, 사전 조사, 장비 점검, 탈출 경로 확보, 위치 공유 등 철저한 준비 후 이 폐병원으로 향했다.


2. 병원 안으로 – 정지된 시간의 밀도

키워드: 폐허 내부 구조, 병원 유물, 도시 탐험 경험

폐병원의 정문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지만, 후문 쪽 담벼락에는 누군가 이미 다녀간 듯한 틈이 존재했다. 머리를 조심하며 담을 넘은 순간, 낡은 회색 벽과 조용한 대기실이 우리를 맞이했다. 입구에는 '접수처'라는 오래된 간판이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인 채 1999년 날짜가 찍힌 진료카드 뭉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복도를 따라가며 우리는 여러 방에 들어가 보았다. X-ray실에는 아직도 필름이 걸려 있었고, 수술실에는 녹슨 수술 도구와 의학서적, 심지어 개복용 인형 모형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공간은 단순한 폐건물이 아니라, 기억과 기록의 집합체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입원실이었다. 침대에는 누군가 급히 정리한 듯한 흔적이 있었고, 이불은 반쯤 접힌 상태로 남아 있었다. 벽에는 ‘엄마 보고 싶다’는 글귀가 희미하게 낙서처럼 쓰여 있었고, 머리맡에는 기도문이 적힌 작은 종이도 있었다. 그곳은 비어 있었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3. 예상치 못한 순간 – 폐허 속의 이상한 소리

키워드: 폐허 공포 체험, 도시 탐험 에피소드, 긴장 상황

탐험이 1시간쯤 지나고, 우리는 지하실 입구를 찾게 되었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올라오는 그 계단은,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헤드램프를 켜고 조심스레 내려갔을 때, 곧 치료 물품 보관소로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철제 선반이 무너져 있었고, 약품 박스와 빈 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왼쪽 벽 너머에서 ‘탁’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장난감이라도 떨어졌을까? 고양이? 아니면 바람?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 채, 우리는 조용히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소리가 멈추자마자, 이번엔 다른 방향에서 ‘똑, 똑’ 하는 마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순간, 친구 중 한 명이 뒤돌아보며 “그만하자”라고 말했고, 우리는 지체 없이 지상으로 이동해 병원을 빠져나왔다. 결국 그 소리가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도시 탐험은 공포를 즐기기 위한 활동이 아니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때로는 긴장과 교훈을 동시에 남긴다.


4. 폐허 기록의 의미 – 공포 너머의 가치

키워드: 탐험 기록의 가치, 도시 기억, 폐병원 기록

탐험 후 우리는 촬영한 사진과 음성, 짧은 영상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장소는 단순한 ‘흉가’가 아니라, 삶과 죽음, 병과 치유, 기다림과 이별이 응축된 공간이라는 것을.
정리한 자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되, 위치 정보는 절대 공개하지 않고, 출입의 위험성과 폐건물 탐험 시 주의사항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탐험 중 발견한 진료기록 사진은 모두 흐릿하게 편집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 공간의 기억을 ‘공유’는 하되, ‘훼손’은 하지 않는 것이 탐험가의 기본 윤리이기 때문이다.

탐험은 우리에게 단순한 추억이나 콘텐츠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병원의 기능은 멈췄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깊이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우리는 그 공간에서 두려움도 느꼈지만, 동시에 존중과 공감의 감정을 함께 경험했다.
이후에도 우리는 여러 폐허를 탐험했지만, 그날의 폐병원 탐험은 가장 강렬하고 깊이 있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탐험은 결국 기억을 건드리는 일이며, 잊혀질 뻔한 공간을 다시 세상에 남기는 조용한 작업이라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더욱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