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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정책의 기억 상실이 반복되는 이유

kimsin22025 2026. 2. 21. 21:13

실험 정책의 기억 상실이 반복되는 이유

 

 

1. 정책 기억 상실과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단절



정책 실험은 새로운 제도를 시험하고 그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나 많은 실험이 종료된 뒤 조직 차원에서 ‘기억’으로 남지 못하고 사라진다. 기록은 존재하지만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다시 호출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관심 부족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단절에서 비롯된다. 실험은 특정 기간과 조직 단위 안에서 수행되며, 종료와 동시에 사업 체계도 해체된다. 이때 경험과 노하우는 체계적으로 이전되지 않는다. 정책은 연속성을 기반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실험과 제도 사이의 연결 고리가 약하면 기억은 유지되지 않는다. 행정은 절차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재해석하는 체계는 부족하다. 결국 실험은 완료된 업무로 처리되고, 다음 정책 설계에서는 새로운 출발점처럼 다루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정책 기억 상실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킨다.

 


2. 조직 이동과 분절 구조가 만드는 정책 기억 붕괴



정책 기억 상실의 두 번째 원인은 조직 구조와 인사 시스템에 있다. 공공기관은 정기적인 인사 이동과 부서 개편이 이루어진다. 실험 정책을 담당했던 인력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사업의 맥락과 세부 경험도 함께 이동하거나 사라진다. 기록 문서는 남지만, 그 문서의 의미를 이해할 사람은 조직 안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책 경험은 문서만으로 완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실험 과정에서의 판단 기준, 현장의 미묘한 변수, 참여자 반응 등은 담당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 이동과 분절 구조는 이러한 기억을 조직 차원에서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부처 간 정보 공유 체계가 약하면 유사한 실험이 반복된다. 조직이 기억하지 못하면, 정책은 항상 새로운 것처럼 다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관리 문제를 넘어 구조적 학습 부재의 결과다.

 


3. 형식적 평가 체계와 실패 축소 문화의 기억 왜곡



정책 기억 상실은 평가 체계의 한계와도 연결된다. 실험이 종료되면 결과보고서가 작성되지만, 그 내용은 대체로 정량적 성과와 예산 집행 내역 중심이다. 실패 원인과 구조적 한계에 대한 심층 분석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실패 사례는 조직 평판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축소되거나 모호하게 표현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 기억은 왜곡된다. 성공 사례만이 공식 기록에 남고, 한계와 문제점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기록은 다음 정책 설계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어렵다. 실패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학습도 불가능하다. 기억이 왜곡되거나 축소되면 정책은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형식적 평가와 실패 축소 문화는 정책 기억을 단절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4. 기억 상실 반복을 막기 위한 축적 구조와 학습 행정 전환



실험 정책의 기억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실험 결과를 단순 보관이 아닌 재해석 가능한 형태로 아카이빙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포함한 분석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검토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인사 이동 시 정책 경험 이전 체계를 강화해 조직 기억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실패 사례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문화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실험을 반복하기 위해 정책을 운영하는가, 아니면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운영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억 없는 실험은 반복을 낳고, 축적 없는 정책은 발전을 멈춘다. 기억을 제도화할 때 비로소 정책은 진화한다. 반복되는 기억 상실을 끊어내는 것이 학습 행정으로 전환하는 첫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