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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을 다시 방문하며 남기는 일기

kimsin12025 2025. 7. 18. 08:45

1. 기억의 문을 열며: 옛집 방문의 시작


몇 년 만의 귀향이었다. 내가 자란 옛집을 다시 방문한다는 일기를 쓰기 위해, 나는 이른 아침 기차를 탔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누비던 동네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도시의 소음과는 다른 고요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골목 끝, 산허리 아래 자리 잡은 그 집은, 오랜 시간 방치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문 앞에 멈춰섰다. 녹이 슨 자물쇠, 벽돌 사이로 자란 잡초, 깨진 유리창… 그러나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어릴 적 내 발걸음이 닿았던 그 자리에서, 기억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집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 공간의 기억, 벽에 새겨진 시간들


문을 밀고 들어서자 곰팡이 냄새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옛집의 공간은 오히려 나를 감싸는 듯했다. 벽에는 크레파스로 그린 낙서가 아직도 남아 있었고, 부엌에는 엄마가 써놓은 장보기 메모가 바래 그대로 붙어 있었다. 한때 이 공간은 웃음과 다툼, 설렘과 고요가 공존하던 감정의 연극 무대였다. 나의 유년 시절이 녹아든 주방, 작은 창이 달린 다락방, 온 가족이 모여앉던 거실. 모든 곳이 시간이 흐르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벽지를 쓸어보며, 이 집이 품고 있는 ‘기억의 레이어’를 하나하나 꺼내어 보았다.

 

 

옛집을 다시 방문하며 남기는 일기

 

 

3. 잊힌 감정의 재생: 냄새와 소리의 회상


시간은 공간을 닫지만, 감정은 냄새와 소리로 되살아난다. 나는 그날, 오래된 찻잔에서 풍겨 나오는 홍차 향을 맡았고, 책장 사이에 끼워둔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소리를 들었다. 거실 한쪽에 놓여 있던 카세트에서 나오는 조용한 트로트는, 아버지가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며 듣던 그 곡이었다. 이런 작은 조각들이 모여 감정을 재현하고 있었다. 냄새와 소리, 그 감각의 파편들이 나를 과거로 이끌었고, 나는 비로소 그 시절의 나 자신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눈물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공간이 나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닌, 기억과 감정의 창고였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4. 옛집과 나, 서로를 응시하는 순간


나는 천천히 모든 방을 돌아보았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여기를 다시 찾은 걸까?” 그리고 나는 그 집이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옛집과 나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휘어지고, 천장이 조금 내려앉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지켜내려는 마음이 있었다. 나는 여기를 떠난 후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이 집은 묵묵히 남아 있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나를 위로했다. 감정은 흐르되, 장소는 기억을 고정한다. 이 조용한 응시 속에서 나는 말없이 안겨드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이 집은 여전히 나의 일부였다.

 

 


5. 떠나며 남긴 문장: 옛집을 다시 방문하며 쓰는 일기


해가 저물 무렵, 나는 집을 나섰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서운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옛집을 다시 방문하며 남긴 이 일기는 그 공간이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고, 내 감정이 정리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종이에 또박또박 썼다. “여기 있었던 모든 것, 그리고 내가 되어간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폐허가 되기 직전의 그 집은, 오히려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나를 떠나보내고 있었다. 이제 나는 떠나지만, 이 기록은 남는다. 언젠가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같은 공간에서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면, 이 집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