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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살 것 같은 집에서의 1박

kimsin12025 2025. 7. 29. 18:12

1. 폐가의 외관: ‘유령의 집’이 가진 시각적 공포


사람들이 “유령이 살 것 같은 집”이라고 부를 때, 그 이미지는 대부분 유사하다. 덩굴이 얽힌 지붕, 비틀어진 대문, 깨진 유리창, 그리고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처마. 내가 하룻밤을 묵게 된 폐가는 그 모든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다. 이 집은 오래된 산속에 고립되어 있었고, 주소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는 의미다. 낡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내부의 공기는 몇십 년 전 어느 계절에 멈춘 듯 묘하게 밀폐된 냄새를 풍겼다. 벽지는 벗겨져 있었고, 천장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서늘했던 건 설명할 수 없는 '시선'이었다.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조차,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유령이라는 존재의 실체보다, 그 가능성이 주는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유령이 살 것 같은 집에서의 1박

 

 

2. 밤의 기척: ‘1박’의 시간에 스며든 정적


이 폐가에서의 하룻밤은 해가 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둠은 벽의 균열 하나하나를 증폭시켰고, 나무 바닥은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삐걱거렸다. 유령의 집이라는 말이 그저 과장된 표현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집 안 곳곳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 때문이었다. 문이 저절로 닫히는 소리, 바람이 아닌 힘이 가해진 듯한 커튼의 흔들림, 그리고 정적 속에서 갑자기 울려 퍼지는 벽시계의 ‘딸깍’ 소리. 나는 그것을 ‘귀신’이라 부르지 않았다. 대신, 그 존재는 이 집에 살아남은 ‘기억’이라고 느껴졌다. 유령이 반드시 인간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정적, 때로는 반복되는 움직임, 혹은 비어 있는 공간이 곧 유령일 수도 있다. 나와 같은 방문자가 이 집의 고요를 흔든다는 점에서, 나는 어느새 불청객이 되어 있었다.

 

 


3. 폐허 속 기억: 유령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


폐가에서 잠을 청하려고 할 때, 침묵은 공포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나는 작은 랜턴 하나만으로 거실 한 켠에 자리를 잡았고, 벽난로 자국 앞에 있던 낡은 소파에 앉아 이 공간의 잔향을 느꼈다. 그러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흐릿한 얼굴들, 단체로 찍힌 가족 사진이었다. 아마 이 집의 마지막 거주자들이었을 것이다. 사진 속 아이의 웃음과 이 집의 현재 모습 사이엔 너무나 큰 간극이 있었다. 이 폐가는 단지 오래된 구조물이 아니라, 시간에 의해 밀려난 기억의 저장소였다. 유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정서일 것이다. 시간이 휘발되지 않고 쌓일 수 있다면, 그것은 이런 집에서 맴돈다. 인간이 잊은 장소에, 시간은 기억을 유령처럼 남겨두었다.

 

 


4. 새벽의 문틈: 유령의 집과 마주한 감정의 실체


새벽 두 시경, 폐가의 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분명 닫았던 문이다. 나는 손전등을 들고 그 방향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찬 기운과 함께 ‘감정’이 밀려들었다. 공포? 아니었다. 그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마치 낯선 이의 외로움이 나에게 전이되는 느낌이었다. 공포의 대상이 '유령'이 아니라, 이 집이 품은 외로움과 슬픔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유령이란 본디 무서운 것이 아니라,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 즉 보이지 않는 외침이었다. 낡은 집이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집과 눈을 마주친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결코 공포스럽지만은 않았다. 마치 집이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조용히 슬펐다.

 

 


5. 떠나는 아침: ‘유령이 살 것 같은 집’의 의미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나는 폐가를 떠날 채비를 하며, 다시 한 번 집 안을 둘러보았다. 들어올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집은 나에게 공포의 장소가 아닌, 묵은 감정과 기억이 얽힌 ‘존재의 기록지’로 남았다. 유령이 살 것 같다는 말은 어쩌면, 그만큼 이곳이 시간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한 흔적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1박’이라는 짧은 체류 속에서 나는 그 흔적들과 대화했고, 유령 대신 시간을 만났다. 떠나는 발걸음은 처음보다 가벼웠고, 어쩌면 다시 한 번 돌아오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마저 들었다. 폐가에서의 1박은 유령과의 조우가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과의 조용한 대화였다. 공포 너머에는 언제나 감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