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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 고양이의 하루

kimsin12025 2025. 7. 28. 16:38

 

폐허 속 고양이의 하루

 

 

1. 폐허 속 고양이의 아침: 잔해 위의 햇살


폐허는 인간에게는 공포나 쓸쓸함의 장소일 수 있지만, 고양이에게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철거되지 못한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아침, 고양이는 조용히 눈을 뜬다. 낡은 창틀 아래 쌓인 먼지를 피해, 부서진 나무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하룻밤을 보냈던 고양이는 눈을 비비듯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폐허라는 공간은 차가운 무생물의 덩어리처럼 느껴지지만, 고양이의 동선 하나하나는 그 장소를 살아 있는 시간으로 바꾼다. 아침 햇살은 폐가의 벽을 비추고, 고양이의 등을 따스하게 감싼다. 바로 이 순간이, 인간은 놓치고 살지만 고양이는 결코 잊지 않는 ‘존재하는 감각’이다. 아침은 고양이에게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자, 오직 자신만의 폐허 속 탐험이 허락되는 시간이다.

 

 


2. 폐허 속 고양이의 낮: 소리 없는 사냥꾼


낮이 되면 폐허의 공기는 달라진다. 햇살은 강렬해지고, 바람은 벽 틈 사이로 휘몰아치며 기묘한 소리를 낸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 속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의 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눈은 작은 벌레의 그림자조차 놓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폐허는 단지 쉴 곳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냥터이다. 생쥐 한 마리의 흔적을 좇는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고, 움직임은 침묵 그 자체다. 사람의 눈엔 무질서로 보이는 폐허의 잔해들은 고양이에겐 철저히 탐색하고 분류된 지도처럼 작동한다. 가끔 그는 잠시 멈추어 무너진 계단에 앉아, 눈을 반쯤 감고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고요한 폐허 한복판에서 고양이만이 알고 있는 질서 속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3. 폐허 속 고양이의 저녁: 그리움의 그림자


해가 기울고 붉은빛이 건물의 골조에 스며들 무렵, 고양이의 걸음도 느려진다. 낮의 활기를 뒤로 하고 폐허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고양이는 폐가의 깊은 안쪽, 과거 부엌이었을지도 모를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엔 오래전 사람이 버리고 간 그릇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고, 곰팡이 낀 벽지와 눅눅한 바닥 위엔 시간의 냄새가 스며 있다. 고양이는 그곳에 머물며 눈을 감고 몸을 둥글게 말아 안온을 느낀다. 그 순간 폐허는 단순히 버려진 장소가 아니라, 잊힌 기억의 잔재 위에 잠시나마 누군가의 숨결이 닿는 공간이 된다. 저녁의 붉은빛은 고양이의 몸을 감싸며, 마치 오래된 슬픔을 어루만지듯 부드럽다. 외로움은 있지만 그 속엔 포근함이 있고, 사라진 시간의 빈자리를 고양이는 묵묵히 채우고 있다.

 

 


4. 폐허 속 고양이의 밤: 고요한 감시자


밤이 되면 폐허는 온전한 침묵 속에 잠긴다. 달빛만이 흔들리는 창호 틈을 비추고, 바람은 부서진 유리창을 스치며 낮과는 또 다른 냉기를 드리운다. 그러나 이 폐허 속에서 고양이는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그는 폐허의 모든 소리를 꿰뚫듯 경계하면서도, 완전한 고요에 몸을 내맡긴다. 어둠은 인간에게 두려움이지만 고양이에게는 그 자체로 위장이며,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보호막이다. 벽의 틈에서 바람 소리가 날 때면 그는 조용히 귀를 세우고, 어디선가 스친 발소리에 몸을 움츠린다. 고양이는 이 폐허의 감시자처럼 존재한다. 아무도 남지 않은 공간, 그러나 여전히 이야기가 이어지는 장소에서 그는 말 없이 폐허의 시간을 지켜본다. 밤은 고양이의 것, 그리고 폐허의 숨소리가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