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

빈집의 냉장고 속, 시계가 멈춘 날

1. 멈춰버린 냉장고: 정지된 시간의 상징오래된 빈집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낡고 녹슨 냉장고였다. 전기가 끊긴 지 오래된 듯, 그 내부는 싸늘함 대신 건조한 공기로 가득했고, 얼룩진 선반과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시간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냉장고 문은 약간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유통기한이 오래 지난 식료품 포장지들이 마치 한 시대의 흔적처럼 가만히 놓여 있었다. 이 냉장고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었다. 이 집이 언제 멈췄는지를 말해주는 시간의 지표였고, 동시에 이곳에 살던 이의 마지막 일상을 담은 은유적 장치였다. 정지된 시간은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닮아 있었다. 우리의 삶도 언젠가 멈추며, 남겨진 것들은 그 시점에서 멈춰버린다. 냉장고는 그런 의미에서 집의 심장과도 같았다..

벽지 속 꽃무늬와 할머니의 냄새

1. 벽지 속 꽃무늬, 세월의 무늬를 품다오래된 폐가의 벽에 남겨진 꽃무늬 벽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감각, 가정의 취향, 나아가 여성의 삶을 은유하는 심리적 상징물이다. 특히 70~80년대 한국의 시골 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작은 장미무늬, 해바라기 패턴, 연보랏빛 수국 등은 그 시절을 살아낸 할머니들의 손끝 감성을 담고 있다. 이 벽지들은 시간이 지나 퇴색되고, 일부는 찢기고 일어나며, 삶의 흔적을 그대로 남긴다. 그 주름지고 바랜 꽃무늬는 단지 인테리어 요소가 아니라, 삶의 무게가 새겨진 기억의 레이어다. 문학적 상징으로도 이 벽지는 서정성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구로 자주 활용된다. 2. 할머니의 냄새, 폐가에 남은 인체적 기억‘할머니의 냄새’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공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