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멈춰버린 냉장고: 정지된 시간의 상징오래된 빈집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낡고 녹슨 냉장고였다. 전기가 끊긴 지 오래된 듯, 그 내부는 싸늘함 대신 건조한 공기로 가득했고, 얼룩진 선반과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시간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냉장고 문은 약간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유통기한이 오래 지난 식료품 포장지들이 마치 한 시대의 흔적처럼 가만히 놓여 있었다. 이 냉장고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었다. 이 집이 언제 멈췄는지를 말해주는 시간의 지표였고, 동시에 이곳에 살던 이의 마지막 일상을 담은 은유적 장치였다. 정지된 시간은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닮아 있었다. 우리의 삶도 언젠가 멈추며, 남겨진 것들은 그 시점에서 멈춰버린다. 냉장고는 그런 의미에서 집의 심장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