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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정책의 결과가 왜 반복 활용되지 않는가

kimsin22025 2026. 2. 1. 15:08

1. 실험 정책 결과 활용의 필요성과 정책 학습의 기본 원리



실험 정책은 본질적으로 ‘학습을 위한 장치’다. 기존 제도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여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실험의 핵심 목적이다. 다시 말해 실험의 가치는 단 한 번의 성공이나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이 이후 정책 설계에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실험 결과가 반복적으로 활용된다면 행정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정책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같은 실수를 줄이고, 성공 사례는 확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상적인 학습 구조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시범사업과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행되지만, 비슷한 유형의 실험이 이름만 바뀐 채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는 이전 실험의 결과가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실험이 누적될수록 정책이 개선되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제자리걸음이 이어지는 현상은 행정 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신호다. 따라서 왜 실험 결과가 반복 활용되지 않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정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2. 한시적 시범사업 구조와 결과 단절 메커니즘



실험 정책 결과가 활용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한시적 시범사업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실험은 단기간 운영 후 종료되는 형태로 설계된다. 사업이 끝나면 예산이 정리되고 인력이 해산되며, 담당 조직도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이어받을 주체가 없다. 정책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음 사업에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 전담 구조가 부재한 것이다. 결국 실험은 ‘완료된 사업’으로 행정적으로 정리될 뿐, 이후 정책 과정과 분리된다. 결과는 존재하지만 활용 경로가 없는 상태다. 이는 마치 연구 결과를 보관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실험이 끝날 때마다 지식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다. 이러한 단절이 반복되면 실험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회성 시도가 되고 만다. 한시 사업 구조는 시작을 쉽게 만들지만, 결과 활용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험 정책의 결과가 왜 반복 활용되지 않는가

 

 

 


3. 형식적 평가 체계와 실질적 데이터 활용 부족 문제



또 다른 원인은 평가 방식에 있다. 실험 정책은 대부분 종료 후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그 내용은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참여 인원 수, 예산 집행률, 만족도 점수와 같은 정량 지표가 중심이 되며, 정책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은 부족하다. 또한 보고서가 내부 문서로만 보관되어 정책 설계자나 다른 기관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평가 자료는 존재하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이는 ‘기록은 있으나 활용은 없는’ 상태다. 정책 학습은 단순한 데이터 축적이 아니라 분석과 공유, 재사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식적 평가 체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다. 결국 실험 결과는 다음 정책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참고 자료 수준에 머문다. 이러한 구조는 정책 개선 속도를 현저히 늦추는 요인이 된다.



4. 행정 조직 분절과 지식 이전 실패의 구조



행정 조직의 분절 구조도 실험 결과 활용을 가로막는다. 실험은 특정 부서나 태스크포스에서 수행되지만, 이후 제도 설계는 다른 부서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험 경험은 해당 팀 내부에만 머문다. 담당자가 인사 이동을 하면 축적된 지식도 함께 사라진다. 조직 차원의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정책 결과가 개인 경험에 의존하면 장기적 활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부서 간 협력이 부족하면 다른 부서에서 이전 실험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동일한 실험을 반복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행정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칸막이 구조로 나뉘어 있을수록 정책 학습은 단절된다. 지식 이전 실패는 실험 결과가 자산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소멸되는 대표적인 패턴이다.

 


5. 책임 회피 문화와 보수적 의사결정 관성



실험 결과가 반복 활용되지 않는 배경에는 책임 회피 문화도 존재한다. 실험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도를 변경하려면 새로운 예산과 법적 근거, 행정적 책임이 발생한다. 이는 정책 결정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 위험이 적다. 이 때문에 실험 결과가 긍정적이어도 제도 전환이 미뤄지고, 부정적일 경우에는 조용히 종료되는 선택이 이루어진다. 실패 사례를 공개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는 대신 ‘없던 일’처럼 처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실험이 학습 도구가 아니라 일회성 시도로 소비된다. 행정은 변화를 축적하기보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게 되고, 실험 결과는 자연스럽게 활용되지 않는다. 보수적 의사결정 관성은 정책 혁신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6. 결과 활용 체계 구축과 정책 자산화 전략의 필요성



실험 정책의 결과를 반복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실험 종료 이후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공유하는 공식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평가 자료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공개되고, 다음 정책 설계 과정에서 필수 참고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또한 실험 경험을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지식 관리 체계를 구축해 조직 차원의 학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서 간 협력 구조를 통해 성과를 공유하고, 제도 전환을 위한 장기 계획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실험은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다음 정책을 준비하는 자산 생산 과정이어야 한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실험을 반복하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축적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뀌지 않는 한, 실험 정책의 결과는 앞으로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