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험 정책의 설계 구조와 시민 참여의 출발선 문제
실험 정책은 새로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험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본래 시민 참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정책의 대상이 곧 시민이고, 실험의 성패 역시 현장의 반응과 협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실험 단계에서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참여 과정을 통해 정책 모델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많은 실험 정책이 처음부터 행정 내부 중심으로 설계된다. 기획 단계에서 정책 목표와 방식이 이미 결정되고, 시민은 사전에 설계된 프로그램에 ‘참여자’로만 초대된다. 이는 정책 공동 설계자가 아니라 수혜자 혹은 관찰 대상으로 시민을 위치시키는 구조다. 이런 방식에서는 시민이 정책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다. 참여는 형식적 절차로 축소되고, 정책은 행정이 제공하는 서비스로만 받아들여진다. 출발선부터 시민을 주체로 설정하지 않는 설계 구조가 실험 정책이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는 첫 번째 근본 원인이다.

2. 단기 시범사업 구조와 참여 지속성 붕괴 문제
실험 정책이 시민 참여로 확장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단기 시범사업 중심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실험은 몇 개월에서 1~2년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된다. 이는 예산 부담을 줄이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참여는 신뢰와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시민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러나 실험 정책은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한시 사업이기 때문에 참여자 입장에서는 장기적 기대를 갖기 어렵다. ‘곧 끝날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사업 종료와 함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가 해체되면서 축적된 참여 경험도 사라진다. 이러한 반복은 시민에게 피로감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단기 운영 구조는 참여의 씨앗이 뿌리내릴 시간을 허용하지 않으며, 정책을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하게 만든다.
3. 정보 비대칭과 소통 부족이 만든 참여 장벽
시민 참여가 저조한 배경에는 정보 접근성 문제도 존재한다. 많은 실험 정책은 행정 내부 공지나 제한된 채널을 통해서만 안내된다. 정책의 목적, 대상, 신청 방법, 기대 효과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복잡한 행정 언어로 전달된다. 일반 시민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는 자연스럽게 참여 장벽으로 작용한다. 참여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 또한 실험 결과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정책 신뢰도 형성되지 않는다. 이전 실험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없다면 새로운 실험에 참여할 동기도 약해진다. 결국 행정과 시민 사이의 정보 비대칭은 참여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한다. 참여는 단순한 모집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공감 형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인데, 이러한 소통 체계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참여 확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4. 시민 참여 확대를 위한 거버넌스 전환과 제도적 과제
실험 정책이 진정한 시민 참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거버넌스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획 단계부터 시민을 공동 설계자로 참여시키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책 대상자가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 논의에 함께 참여할 때 정책은 실제 생활과 연결된다. 또한 단기 시범사업을 반복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계획을 제시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평가 결과와 운영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시민이 정책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는 요청으로 생기지 않고 신뢰를 통해 형성된다. 실험이 행정 편의를 위한 내부 프로젝트에 머무르면 시민은 계속 수동적 위치에 남게 된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시민을 정책의 대상자로만 보고 있는가, 아니면 정책을 함께 만드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험 정책은 앞으로도 시민 참여로 확장되지 못하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