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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정책의 결과가 시민에게 전달되지 않는 문제

kimsin22025 2026. 2. 14. 18:21

 

실험 정책의 결과가 시민에게 전달되지 않는 문제

 

 

1. 정책 실험 결과 공개의 의미와 시민 알 권리의 기본 원칙



사회 실험은 공공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정책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복지 서비스 확대, 노동시간 단축, 교육 방식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 모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는 시범사업과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정책 효과를 시험한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 행정 역량이 투입된다. 다시 말해 실험 정책은 정부 내부의 행정 활동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과 삶에 직접 연결된 공공 행위다. 그렇다면 실험의 결과 역시 시민에게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무엇이 실패했는지, 왜 중단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시민이 정책을 평가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알 권리’와 직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는다. 많은 실험 정책이 조용히 시작되고 조용히 종료된다. 참여자 일부만 경험을 알고, 대부분의 시민은 사업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결과 보고서는 내부 문서로만 남고, 공론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 결국 정책 실험은 시민을 위한 과정이면서도 시민과 단절된 채 운영된다. 이는 정책 투명성과 신뢰 형성에 심각한 문제를 남긴다.



2. 행정 내부 보고 중심 구조와 폐쇄적 정보 관리 체계



실험 정책 결과가 전달되지 않는 첫 번째 원인은 행정의 정보 관리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시범사업은 종료 후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이 보고서는 주로 내부 결재와 감사 대응을 위한 행정 문서다. 작성 대상은 시민이 아니라 상급 기관이나 내부 관리자다. 따라서 내용 역시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아니라 관료적 용어와 복잡한 표, 통계 중심으로 구성된다. 자연스럽게 외부 공개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서가 내부 서버나 전산 시스템에만 저장되어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 다른 부서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보가 존재하더라도 사실상 비공개와 다름없는 상태다. 행정은 기록을 남기는 데는 익숙하지만, 공유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이는 ‘보관 중심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실험은 내부 업무로만 소비되고, 사회 전체의 학습 자산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정책 결과가 시민에게 닿지 못하는 구조는 처음부터 설계 단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3. 성과 홍보 편향과 실패 은폐 문화가 만드는 왜곡된 소통



두 번째 문제는 소통 방식의 편향성이다. 행정 조직은 긍정적인 성과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나 실패 사례는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성공 사례는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홍보 영상 등을 통해 널리 알리면서도, 중단되거나 효과가 낮았던 실험은 조용히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정책 정보는 선택적으로 전달된다. 시민은 성공한 정책만 접하게 되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왜곡된 소통 구조다. 실패 역시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이미지’라는 이유로 숨겨진다. 그러나 실패를 공유하지 않으면 정책 학습은 불가능하다. 무엇이 효과가 없었는지 알지 못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시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불리한 정보는 숨긴다고 느끼게 되면서 신뢰가 떨어진다. 투명하지 않은 소통은 정책에 대한 의심과 냉소를 낳는다. 결국 성과 홍보 중심 문화는 단기적으로는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행정 신뢰도와 정책 참여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4. 정책 결과 공유 부재가 초래하는 신뢰 하락과 학습 사회의 한계



실험 정책 결과가 시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여러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첫째, 정책 신뢰가 낮아진다. 시민은 정부가 무엇을 시도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을 즉흥적 결정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인식하게 된다. 둘째, 참여와 협력이 줄어든다. 정책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시민은 의견을 제시하거나 참여할 동기를 느끼지 못한다. 셋째, 사회 전체의 학습 능력이 약화된다. 실험 결과가 공개되면 연구자, 시민단체, 언론, 지역사회가 함께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정보가 차단되면 이러한 집단적 학습이 불가능하다. 결국 정책 개선 속도도 느려진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정책을 시민과 함께 만드는가, 아니면 행정 내부에서만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실험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설명할 때 정책은 공공 자산이 된다. 반대로 결과가 닫혀 있으면 실험은 소모성 프로젝트로 끝난다. 투명한 공개와 소통 체계 구축이야말로 실험 정책이 진정한 사회적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시민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정책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