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허와 ‘상실’이라는 감정의 첫 이름문학에서 폐허는 종종 '상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호명된다. 인간이 살던 공간이 무너지고, 떠나고, 버려질 때 남겨진 자취는 단순한 물리적 파괴를 넘어서 존재했던 시간과 관계의 소멸을 상징한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도, 인물의 부재가 채워진 자리는 공허와 애틋함으로 남는다. 폐허는 눈에 보이는 잔해이지만, 문학에서는 그 뒤에 숨어 있는 감정적 잔재, 즉 과거의 감정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 상실은 독자에게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애수를 일으키며, 종종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유한성으로 확장된다. 2. ‘그리움’의 실체로 다가오는 폐허의 모습시간이 멈춘 공간은 언제나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폐허는 과거를 복원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 시절로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