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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머문 폐허의 공간들

1. 폐허 공간에서 시인이 찾은 창작의 근원시인은 말 없는 장소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다. 그 중에서도 ‘폐허’는 시인에게 있어 창작의 깊은 원천이 되는 공간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떠난 자리, 시간의 퇴적이 층층이 쌓인 그곳은 단순한 폐가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응결된 감성의 저장고로 기능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 시절 자주 찾았던 북악산 자락의 낡은 기와집 터, 김수영이 걸었던 서울 변두리의 철거 예정지, 고은이 시를 썼던 폐절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정서적 실체였다. 시인들에게 폐허는 거주지가 아닌 사유의 공간이며, 도시의 소음이 차단된 진실한 자아 탐색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현대의 창작자들이 스튜디오를 찾듯, 옛 시인들은 허물어진 담벼락 사이에서 언어의 뿌리를 찾았다. 2. 시와 폐허의..

카테고리 없음 2025.07.09

고전소설에 등장한 폐허의 상징

1. 폐허 공간의 등장과 고전소설 서사의 출발고전소설에서 ‘폐허’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건과 인물의 감정을 진동시키는 서사의 기점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고전소설은 인간의 몰락이나 부흥을 이야기하며, 그 전환점에서 폐허가 된 공간은 중요한 상징적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폐허는 인물의 과거를 암시하거나, 그가 잃어버린 것들을 환기시키는 장소로 제시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홍길동전》의 도술을 연마하는 산속 동굴이나 《금오신화》의 기이한 사랑이 시작되는 폐가 등, 이러한 장소는 인물의 내적 변화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고전소설의 폐허는 단지 황폐한 집이 아니라, 정서적, 신화적, 심리적 공간의 다층적 은유다. 2. 《구운몽》 속 폐허와 꿈의 경계서포 김만중의 《구..

카테고리 없음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