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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피아노가 울린 폐가의 밤

1. 폐허의 어둠 속 피아노, 시간의 주파수를 울리다깊은 밤, 폐가의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린다. 달빛이 창틀 사이로 스며드는 그 공간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먼지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런 침묵의 공간 한가운데에, 놀랍도록 정돈된 상태의 낡은 피아노 한 대가 자리하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 외장은 조용히 시대의 풍화를 증언하고, 몇몇 건반은 눌리면 소리 대신 삐걱임만을 내뱉는다. 이 피아노는 누군가의 손끝에서 수많은 곡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중에는 연습곡도, 생일 축하 노래도, 이별의 연주도 있었을지 모른다. 폐가의 중심에 놓인 피아노는 단지 악기가 아닌 시간의 축적이며, 기억의 매개체다. 피아노가 울리는 순간, 그 음은 시간의 주파수를 흔들고 폐허의 고요..

카테고리 없음 2025.07.27

폐허에 남겨진 졸업사진 한 장

1. 잊힌 졸업사진, 폐허 속 시간의 단서오래전 문이 닫힌 폐가의 거실 한켠에서, 먼지가 소복이 쌓인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 위에는 균열이 가 있었지만 안에 담긴 이미지는 여전히 선명했다. 다섯 명의 학생이 웃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한껏 들뜬 표정으로 포즈를 취한 그 졸업사진은, 그 공간이 한때 누군가의 삶의 일부였음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었다. 폐허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정적 속에서, 그 사진은 의외의 생동감을 품고 있었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의 조각이자 기억의 궤적이었던 것이다. 졸업사진은 흔히 한 시절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지만, 이처럼 버려진 공간 속에서 발견될 때는 그 상징성이 배가된다. 그것은 누군가가 이곳을 떠난 이유를 상상하게 만들고, 동시에 남겨진 이..

카테고리 없음 2025.07.27

버려진 집에서 발견한 러브레터

1. 버려진 집, 우연히 열린 서랍의 비밀도심 외곽의 한 골목, 창틀은 무너지고 벽지는 벗겨진 채 방치된 오래된 주택. 그곳은 낡고 조용한 폐가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폐허가 지닌 감정의 잔재에 끌려 카메라를 들고 그 공간을 탐험하곤 했다. 낙엽이 쌓인 현관을 지나 어두운 거실로 들어가자, 한쪽 벽에 붙은 작은 서랍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열어본 그 서랍 안에는 빛바랜 편지 다발이 묶여 있었다. 바로 버려진 집에서 발견한 러브레터였다. 봉투는 시간이 만든 얼룩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그 안의 내용은 마치 어제 쓴 것처럼 선명하고 절절했다. 2. 러브레터 속 연인의 이름, 그리고 시선의 떨림편지의 발신인은 ‘정민’이었고, 수신인은 ‘지윤’이라는 이름이었다. “지윤아, 오늘도 너의 집 창문 앞에서 한참을..

카테고리 없음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