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허의 어둠 속 피아노, 시간의 주파수를 울리다깊은 밤, 폐가의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린다. 달빛이 창틀 사이로 스며드는 그 공간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먼지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런 침묵의 공간 한가운데에, 놀랍도록 정돈된 상태의 낡은 피아노 한 대가 자리하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 외장은 조용히 시대의 풍화를 증언하고, 몇몇 건반은 눌리면 소리 대신 삐걱임만을 내뱉는다. 이 피아노는 누군가의 손끝에서 수많은 곡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중에는 연습곡도, 생일 축하 노래도, 이별의 연주도 있었을지 모른다. 폐가의 중심에 놓인 피아노는 단지 악기가 아닌 시간의 축적이며, 기억의 매개체다. 피아노가 울리는 순간, 그 음은 시간의 주파수를 흔들고 폐허의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