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가라는 공간이 가르쳐주는 ‘잃어버림’의 첫 감각‘잃어버림의 기술’을 체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실을 눈앞에 둔 물리적 공간에 스스로를 놓는 일이다. 폐가는 그 상실의 총체다. 창문이 깨지고, 지붕은 무너지고, 벽지는 벗겨진다. 집이 더는 집으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 바로 그 붕괴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사람도, 시간도,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낡은 집 안에 발을 디딘 순간, 그 공간은 말없이 가르친다. “여기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폐가는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상실의 구조'를 눈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기호다. 잃어버리는 행위가 아픔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감각한다. 2. 폐허 속 흔적과 마주하며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