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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에서 배우는 ‘잃어버림의 기술’

1. 폐가라는 공간이 가르쳐주는 ‘잃어버림’의 첫 감각‘잃어버림의 기술’을 체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실을 눈앞에 둔 물리적 공간에 스스로를 놓는 일이다. 폐가는 그 상실의 총체다. 창문이 깨지고, 지붕은 무너지고, 벽지는 벗겨진다. 집이 더는 집으로 기능하지 않는 상태, 바로 그 붕괴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사람도, 시간도,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낡은 집 안에 발을 디딘 순간, 그 공간은 말없이 가르친다. “여기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폐가는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상실의 구조'를 눈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기호다. 잃어버리는 행위가 아픔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감각한다. 2. 폐허 속 흔적과 마주하며 배우..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공간의 부재와 감정의 과잉

1. 공간의 부재: 실재하지 않는 장소가 주는 심리적 허기현대인이 느끼는 공허함의 정체는 자주 ‘공간의 부재’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도시화가 극단적으로 진전되며, 개인은 물리적으로는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소속되지 않은 채 떠도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폐허 공간은 역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기능하며, 주체의 감정과 기억을 투사할 빈 틈을 제공한다. 이는 건축적 실체로서가 아니라, 감정적 구조물로 작동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거주하지 않는 공간은 인간 존재의 불안을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빈집, 철거된 골목, 닫힌 문과 깨진 창문은 모두 ‘공간의 결핍’을 구체화시킨다. 이 결핍은 그 자체로 감정을 자극하고, 의식 속 깊은 상처를 건드린다. 2. 감정의 과잉:..

카테고리 없음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