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2

존재의 빈자리, 폐허로 읽는 실존주의

1. 실존주의 철학과 폐허의 이미지실존주의 철학은 20세기 초엽, 인간 존재의 본질과 불안, 고독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되었다. 사르트르, 카뮈,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본질 이전에 존재하며, 세계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규정했다. 이러한 실존주의적 사유는 ‘폐허’라는 공간에 매우 자연스럽게 접목된다. 폐허는 물리적 붕괴를 넘어선 정체성의 상실, 의미의 붕괴를 상징한다. 벽돌 하나하나 무너져 내린 공간은, 존재 자체가 불확실한 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는 심리적 풍경이다. 실존주의는 바로 이 빈자리, 즉 의미가 제거된 공간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도달하려 한다. 폐허는 그러므로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장치가 된다. 2. 하이데거의 '거주함' 개념과 폐허의 역설마르..

폐허에서 주운 물건 하나, 글 하나

1. 폐허 공간 속 ‘발견’이라는 감정폐허는 단순히 사람이 떠난 자리가 아니다. 그 공간에는 시간이 녹아 있고, 기억이 가라앉아 있으며, 감정이 스며 있다. 그런 장소에 발을 들이밀었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았던 흔적일 수도 있고, 낡은 벽면의 색감일 수도 있으며, 혹은 먼지 쌓인 서랍 속 한 장의 편지일 수도 있다. 폐허 공간을 탐험하다 발견한 물건 하나는 단순한 사물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과거의 파편이자, 삶의 한 페이지다. 어떤 이에게는 쓰레기일 수도 있는 물건이지만, 탐험자의 눈에는 이야기가 응축된 감정의 상징으로 보인다. 2. 주운 물건이 지닌 서사적 가능성폐허에서 주운 물건은 글쓰기의 촉발점이 된다. 예컨대, 낡은 구두 한 짝은 그 주인을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