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허 공간에서 마주하는 불안의 정체성폐허는 흔히 불안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텅 빈 방, 부서진 창문, 닫힌 문 뒤의 어둠은 인간 내면에 잠재된 공포를 끌어올린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공포를 넘어서,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해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심리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불확실성’은 인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이며, 폐허는 그 자체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지금의 용도는 알 수 없는 공간, 시간의 낡은 껍질 속에 홀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존재의 근본적인 취약함을 직면하게 된다. 이 불안은 때로 생존의 본능에서 비롯되며, 동시에 폐허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침묵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