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0 2

폐허에서 발견한 숨겨진 방

1. 폐허 속에서 느낀 이질감, ‘숨겨진 방’의 기척폐허를 걷는 일은 과거의 잔해를 더듬는 일이다. 바스락대는 먼지, 깨진 유리창, 부서진 계단. 익숙한 폐허의 풍경이었지만, 이날 따라 그 집은 조금 달랐다. 좁고 구부러진 복도를 지나자 벽지가 절반쯤 뜯겨 나간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했다. 그 벽엔 원래 창이 있어야 했다. 구조가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문득 벽 뒤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그것은 마치 비어 있는 공간이 낸 소리처럼 느껴졌다. 나는 손전등을 벽에 비추고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텅’ 하고 울리는 그 음색은 분명 속이 빈 공간이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폐허엔 숨겨진 방이 있다는 것을. 2. 굳게 닫힌 벽의 뒤편, 숨겨진 방의 문을 열다벽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카테고리 없음 2025.07.30

낡은 책장 속, 누군가의 다이어리

1. 낡은 책장, 잊힌 시간의 입구낡은 폐가의 구석, 바스러지는 먼지 속에서 오래된 책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누군가의 손길이 머물렀을 그 책장은, 지금은 삐걱이는 나무결 사이로 지나간 시간을 머금은 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책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타임캡슐이었다. 표지가 뜯어진 소설책, 색이 바랜 요리책, 그리고 그 사이에 꽂혀 있던 얇은 공책 하나. 다이어리였다.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그 작은 다이어리는 오래된 책장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존재를 드러냈다. 이 책장이 지닌 의미는 단순한 가구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잊힌 기억의 보관소였고, 마음의 창고였다. 2. 누군가의 다이어리, 낙서로 이어진 고백다이어리는 페이지마다 연필로 쓰인 단정한 글씨들로 채워져 있었..

카테고리 없음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