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허 속에서 느낀 이질감, ‘숨겨진 방’의 기척폐허를 걷는 일은 과거의 잔해를 더듬는 일이다. 바스락대는 먼지, 깨진 유리창, 부서진 계단. 익숙한 폐허의 풍경이었지만, 이날 따라 그 집은 조금 달랐다. 좁고 구부러진 복도를 지나자 벽지가 절반쯤 뜯겨 나간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했다. 그 벽엔 원래 창이 있어야 했다. 구조가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문득 벽 뒤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그것은 마치 비어 있는 공간이 낸 소리처럼 느껴졌다. 나는 손전등을 벽에 비추고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텅’ 하고 울리는 그 음색은 분명 속이 빈 공간이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폐허엔 숨겨진 방이 있다는 것을. 2. 굳게 닫힌 벽의 뒤편, 숨겨진 방의 문을 열다벽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