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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정책 실패가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kimsin22025 2026. 2. 16. 08:17

 

실험 정책 실패가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1. 정책 실패와 행정 학습의 구조적 단절 문제



정책 실험은 성공뿐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기 위해 존재한다. 새로운 제도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고 축적하느냐이다. 실패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개선을 위한 데이터다.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어떤 조건에서 한계가 드러났는지 분석한다면 다음 정책 설계는 더 정교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험 정책 실패가 학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패는 기록으로 남더라도 정책 발전의 자산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행정 시스템이 실패를 ‘학습 자원’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패가 발생하면 책임 문제와 연결되고, 조직 평판과 인사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실패를 분석하기보다는 최소화하거나 조용히 정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구조에서는 실패 경험이 조직 기억으로 남기 어렵다. 결국 정책은 반복되지만 개선의 속도는 느려진다.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험은 축적되지 않고, 축적되지 않는 경험은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2. 형식적 평가 체계와 실패 분석의 표면화 한계



실험 정책 실패가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평가 체계의 형식성이다.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결과보고서가 작성되지만, 그 내용은 주로 예산 집행, 참여 인원, 일정 준수 여부 등 정량적 지표 중심으로 구성된다. 정책 실패의 구조적 원인이나 제도 설계의 근본적 한계에 대한 심층 분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평가가 절차적 마무리 단계로 기능할 뿐, 정책 설계 개선을 위한 전략적 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 또한 평가 문서는 내부 결재용 형식에 맞춰 작성되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나 다른 부서가 참고하기 어렵다. 실패의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다음 정책 설계자가 실질적 교훈을 얻기 힘들다. 더욱이 실패 사례는 조직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패를 공개하는 것이 조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평가 체계는 존재하지만 학습 구조는 부재한 상황이 발생한다. 문서가 남는다고 해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분석과 공유, 활용이 결합되지 않으면 실패는 단순 기록으로만 남는다.

 


3. 책임 회피 문화와 실패 은폐가 만드는 조직 심리적 장벽



세 번째 이유는 조직 문화와 심리적 요인이다. 공공기관에서 실패는 종종 부정적 평가의 근거로 작용한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담당 부서나 담당자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실패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분석하기보다, 외부 요인이나 예산 한계 등으로 원인을 분산시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기보다 구조적 압력의 결과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위험한 선택이 되는 문화에서는 누구도 자발적으로 교훈을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학습은 개방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하지만, 책임 회피 문화는 이를 차단한다. 또한 실패가 공식 역사에 잘 남지 않는 점도 문제다. 성공 사례는 연혁과 보도자료에 기록되지만, 실패 사례는 조용히 종료되며 기억에서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를 겪는다. 실패가 공개되지 않으면 동일한 오류를 다시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책임 회피 문화는 학습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정책 발전을 지연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4. 학습 행정 전환과 실패 자산화 구조 구축의 필요성

 


실험 정책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실패를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개선의 자료로 인식하는 문화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조직 차원의 학습이 가능해진다. 둘째, 평가 보고서를 전략적 분석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단순 결과 요약이 아니라 실패 원인, 환경적 요인, 설계 한계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정책을 설계할 때 과거 실패 사례 검토를 의무화하는 절차를 도입하면 축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숨기기 위해 정책을 운영하는가, 아니면 실패를 통해 배우기 위해 정책을 운영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후자를 선택할 때 실험은 반복이 아니라 발전으로 이어진다. 실패를 자산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정책은 항상 초기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학습 행정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책 운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