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폐가 앞의 정적, 감정의 정지폐가는 도시 속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마주한 그 집은 유독 다르게 느껴졌다. 삐걱이는 철문 너머, 먼지 낀 창문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은 이미 한 생의 마무리를 암시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스릴을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폐가는 내 감정의 멈춤점이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문턱처럼 느껴졌다. 벽의 균열, 마당의 잡초 하나하나가 마치 나의 과거와 감정을 상징하는 듯했다. 외면하고 있었던 감정들—두려움, 상실, 외로움—이 그 앞에서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2. 기억의 소환, 낡은 벽이 부른 과거폐가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살던 외할머니 댁이 떠올랐다. 오래된 창틀, 누렇게 바랜 벽지, 그리고 비 오는 날의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