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려진 집, 우연히 열린 서랍의 비밀도심 외곽의 한 골목, 창틀은 무너지고 벽지는 벗겨진 채 방치된 오래된 주택. 그곳은 낡고 조용한 폐가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폐허가 지닌 감정의 잔재에 끌려 카메라를 들고 그 공간을 탐험하곤 했다. 낙엽이 쌓인 현관을 지나 어두운 거실로 들어가자, 한쪽 벽에 붙은 작은 서랍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열어본 그 서랍 안에는 빛바랜 편지 다발이 묶여 있었다. 바로 버려진 집에서 발견한 러브레터였다. 봉투는 시간이 만든 얼룩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그 안의 내용은 마치 어제 쓴 것처럼 선명하고 절절했다. 2. 러브레터 속 연인의 이름, 그리고 시선의 떨림편지의 발신인은 ‘정민’이었고, 수신인은 ‘지윤’이라는 이름이었다. “지윤아, 오늘도 너의 집 창문 앞에서 한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