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범사업 중심 정책 구조와 단기 실험 행정의 일상화오늘날 많은 공공 정책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새로운 제도를 전면 도입하기 전에 제한된 지역이나 대상에서 먼저 시험해 보는 방식은 이론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접근처럼 보인다. 실패 위험을 줄이고, 실제 현장의 반응을 확인하며,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 교육, 노동, 교통, 지역 개발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시범사업이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정책 운영의 ‘기본 방식’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실험이 일시적 단계가 아니라 상시적 운영 방식이 된 것이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설계하기보다 우선 시범사업부터 시작하고, 이후 또 다른 시범사업..